우리 교단의 협동조합인 (가칭)온생명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오는 9월 4일 오후 1시 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발족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부터 논의가 시작되었으니 1년 반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주로 서울, 경기지역 도시(소비자)교회의 목회자 및 평신도 50여 명으로 발기인회를 구성하여 매월 한 차례씩 정례적인 모임을 가졌고, 전담반(TFT)도 구성하여 추진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대부분의 단체가 그렇듯이 협동조합 역시 처음에 어떤 방식과 과정을 밟아서 조직하느냐가 향후의 활동방식을 규정짓는다. 생각과 뜻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발기인회의 구성과 활동이 그래서 중요하다. 발기인회의 민주적이고 협동적인 노력과 헌신의 과정이 있어야 창립 후에도 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온생명생협은 이전의 예장생협과 그 출발방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물류에 있어서도 교회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 이전의 방식이 대규모 물류센터를 갖고 직접 배송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이번의 온생명생협은 도시의 개교회를 조직과 물류의 거점으로 삼으려고 한다. 생명선교운동은 상품을 사고파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교인들이 그것을 자기 과제로 알고 실천하여 체득하면서 교회를 생명공동체로 세우는 데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매장 및 직접배송 중심의 물류는 막대한 자본과 인적자원이 요구되므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체제를 갖는 순간 이미 거대시장의 물류체계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물류의 품목도 단순화하여 곡류는 쌀, 우리밀 중심으로, 잡곡은 우리콩 및 옥수수 등을 중심으로 하면서 생명밥상차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할 것이며, 다른 계절 농산물들은 특판 중심으로 취급할 계획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생활협동조합운동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첫째는, 이 시대의 정신이 생명과 협동정신이기 때문이요, 둘째는 그것이 성경적으로 볼 때 기독교인이 실천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죽임의 문명’ 속에서 복음의 본질인 생명을 살리는 일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어가는 가장 절실한 사역이다.

교회는 이제 문을 열고 지역사회로 나아와야 한다. 교회는 고립, 폐쇄적인 게토(ghetto)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문밖으로 나와 ‘생명’을 공통과제로 주민과 소통하며 지역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살림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 생명 구원에는 영과 함께 몸도 포함한다. 몸의 부활을 믿는 신앙고백이라면 당연한 일 아닌가! ‘구원’은 이 시대의 말로 ‘살림’이다. 구원보다는 살림이 더 정확하고 생동적인 표현이다. ‘구원’이 정태적인 존재(being)의 언어라면 ‘살림’은 동태적인 생성(becoming)의 언어이다. ‘살림’이 영과육을 아울러 포괄하는 통전적이고 전일적(全一的)인 ‘온생명’의 세계에 더 어울리는 말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 생명의 시대가 열렸다. 우리는 생명살림의 영을 받아야 한다. 살림의 신령한 바람을 머금으면서 굳어지고, 왜소화되고, 초라해진 모습에서 탈피하여 하나님의 생명살림의 사역자로 우뚝 서야 한다. 생활협동조합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현실적 실천 수단이다. 온생명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출범과 건강한 발전을 위해 교단내 목회자 및 교우 여러분들의 기도와 협력을 간절히 부탁드린다.

한경호 목사 / 횡성영락교회

출처 : 한국기독공보 (2015.07.21 논설위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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